FROM ME TO YOU #YOOINYOUNG


유인영의 진심


유인영은 그동안 악역을 자주 맡았다. 그녀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악역일지라도, 끈질기게 그 캐릭터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공들인다고 했다. 10년 넘게 활동하며 어떤 지점을 훌쩍 넘긴, 어느 여배우의 말이었다.




"커다란 목표보다 내가 해낼 수 있는 것들을 목표로 두고 해내면서 행복을 찾았어요. 

제 10년의 배우 생활은 그래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생각은 

'빨리 가고 싶지는 않다'라는 거예요.

차근차근 여기까지 온 건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오 마이 비너스>를 끝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진욱, 문채원, 김강우 배우 등과 함께하는 굿바이 미스터 블랙 촬영에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대기업의 안주인이자 복지 재단 이사장 '윤마리' 역을 맡았죠. 부자 역은 숱하게 맡았어요.
그렇죠.(웃음) 다만 이번 캐릭터의 결이 다른 건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점이에요. 그동안 항상 누군가를 짝사랑하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역을 많이 맡아왔어요. 하지만 이번엔 다르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이번 역에 임하는 느낌이 굉장히 다를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사랑받는 역할이라니 재밌을 것 같아요.

<굿바이 미스터 블랙> 말고도 김하늘, 이원근 배우와 함께한 <여교사>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감정선이 복잡하고 농도도 짙은 영화라고 들었어요. 영화 소개엔 '두 여교사 사이에서 일어나는 파격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만 되어 있어요.
<여교사>는 제가 촬영한 영화지만 설명하기 애매하고, 또 복잡해요. 저도 감독님께 여쭤봤어요. "도대체 우리 영화의 장르가 뭐냐?" 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감독님, 제작사 모두 의견이 분분해요. 보는 분들에게 한없이 쉬울 수도, 또 어려울 수도 있는 영화예요.


맡은 역할로 영화를 설명한다면요?
저는 늘 호의를 베풀지만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캐릭터 '혜영' 역을 맡았어요. 너무 순수하고 맑아서 오히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캐릭터예요. 사실 사람들이 워낙 상처가 많으니 한없이 맑고 밝은 사람을 봐도 좋아 보이지만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선보일 작품이 많네요.
요즘은 거의 쉬지 않고  공백 없이 촬영을 해온 것 같아요. 조금 쉴 때가 된 것 같기도 한데.(웃음)


어쨌든 그렇게 열심히,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다 보니 어느새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어요. 또 20대에서 30대의 여배우가 되었죠. 10년 넘게 배우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성실함일까요, 재능일까요?
얼마 전에 안 그래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떤 직업을 10년 넘게 하면 어느 분야에서 도가 튼다고 하는데 나는 왜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 정도 밖에 안 될까 하고요. 여전히 항상 잘하고 싶고,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제가 역량이 뛰어나서라기보단 그냥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이만큼 해온 건 정말로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유인영의 배우 생활엔 연기력 논란 같은 이슈는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에이, 왜 없었겠어요. 사실 데뷔 때부터 운 좋게 큰 역할을 맡았는데 그때 조금 더 준비가 되어 있고, 좀 더 진지했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 같아요.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 어려서 모든 게 용서된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그때도 어렴풋이나마 시간이 갈수록 '전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거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이 과거보다 더 좋고,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 믿어요. 연기도, 제 개인적인 삶도요.








도회적인 이미지가 워낙 강하죠. 이미지 탓에 들어오는 역할이 한정적이라 속항했던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건 유인영 배우의 강점일 수도 있죠. 유인영이라는 배우가 도회적인 느낌이 강한 캐릭터를 맡았을 때 시청자들은 거부감 없이 그 캐릭터에 동화될 수 있죠.
정적인 역할이나 저의 고정적인 이미지에 대해선 예전보다 덜 속상해하는 편이에요. 심적으로 여유가 생겨서일 수도 있고 생각을 조금 바꾼 탓일 수도 있죠. 아직 보여드린 것보다 보여드릴 게 많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의 이미지가 강점이 될 순 있지만 그 이미지로 정점을 찍지 않는 이상은 위험하죠. 저랑 비슷한 느낌의 후배들이 많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그것 하나만으로는 무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젠가, 저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어요.


지난해 연말 시상식 때 SBS<가면>으로 중편 드라마 부분 여자 특별 연기상을 받았어요. 그때 수상 소감으로 "극 중이지만 누군가를 괴롭히고 나쁜 짓을 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 심적으로 힘들고 괴로웠다"라고 말했어요. 유인영의 긴 배우 생활을 요약하는 말 같기도 했어요.
연기일지라도 누군가를 계속 괴롭혀야 하는 건 힘들어요. 특히나 보시는 분들이 '이유 없이 괴롭힌다'라고 생각하면 안 되니까 저는 그 캐릭터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해야 하죠. 사실 흐름이 짧은 드라마 속에서 저도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제가 괴롭히고, 째려봐야 극의 흐름이 바뀌니까요. 하지만 저마저 이해를 못하면 정말 그 캐릭터는 힘을 잃는 거니까 저라도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죠. 그게 제가 할 일이고요.


사실 가끔은 착한 여자 주인공이 하는 행동이 더 답답하고 개연성이 없을 때도 많아요.
맞아요! 저도 우스갯소리로 '민폐 짓은 쟤가 다하는데 나만 욕먹어! 쟤가 내 남편이랑 오해할 행동을 계속하잖아. 난 잘못이 없어!" 하고요. 하지만 주변에선 인정해주지 않아요.(웃음)








작품을 선택할 때 본인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는 편인가요?
오히려 데뷔 초 때 더 그랬어요. 상업적인 것보다는 비주류나 마니아적인 것에 가까운 것들을 더 많이 선택했어요. <아버지와 마리와 나><기다리다 미쳐> 같은 영화가 그렇죠.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더 고집이 셌어요. 제가 더욱 애정이 가는 걸 선택하는 게 맞다 싶었어요. 하지만 어느 시점 이후엔 복합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타협하기도 하고요. 아마 제가 계속 고집을 부렸다면 <별에서 온 그대>나 <기황후>도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해요. 둘 다 특별출연이었고 사극이나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공포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론 고집부리지 않고, 주변 분들의 의견도 수렴해가며 택한 것들이 저에게 도움이 되었어요.


혹시 긴긴 시간 동안 풀리지 않는 딜레마 같은 게 있나요?
당연히 배우 생활을 지속하다 보면 '익숙함'이란 게 생기잖아요. 그 익숙함은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내가 어느 각도로, 어떻게 움직여야 예쁘게 나오는지를 너무 잘 알게 되어버렸어요. 몸을 자유롭게 쓰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그런 것들을 의식하는 것이 요즘 저의 최대 고민이에요. 카메라 안에서 저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거요.


예쁜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유인영 쇼트커트'란 게 생겨날 정도로 짧은 머리가 반응이 좋았는데 금세 다시 길렀네요.
사실 팬들에게도 "언니는 짧은 머리가 제일 예뻐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하지만 어떻게 만날 가장 예쁜 모습만 보이겠어요. 캐릭터마다 달라져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예쁜 모습을 유지하고 싶은 건 당연한 욕구 아닌가요? 여배우라면 누구나 가장 예뻐 보이고 싶어 하잖아요.
물론 그렇죠. 주변에 선배님들이 "너는 보기보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진지해서 예쁘다"라는 말씀을 해주실 때가 있어요. 저는 그렇게 예뻐 보이고 싶어요. 얼굴보다 연기를 잘해서 예뻐 보이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