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ME TO YOU #YOOINYOUNG
'센캐' 보다 배우란 이름으로


유인영은 이름 석 자 앞에 ‘배우’란 타이틀을 달기가 부끄럽다고 했다. 살면서 ‘직업’을 적어야 하는 순간, 당당히 배우란 두 글자를 눌러쓰는 게 여전히 망설여진다고. 왜 배우가 아니겠는가. 2004년 데뷔한 이래 늘 연기하고 매일 자기를 고민해온 그녀다. 때론 억울하고 때론 힘도 빠졌는데 이젠 제법 이 바닥을 살아가는 여유도 생겼다. 연기는 평생의 길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유인영이 조금도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배우’ 이름을 갖길 바란다.











유인영을 만나기 전 조금 긴장 했다. 방송에서 본 그녀는 전형적인 차도녀의 모습이었기 때문.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고 방송은 어디까지나 방송일 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누구보다 더 긴장했을 그녀는 오히려 가장 즐거운 모습으로 분위기를 밝혔다. 카메라를 보자 깜짝 시전하는 애교 또한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오 마이 비너스’를 볼 때는 그녀가 연기했던 오수진이란 인물이 참 미웠는데 드라마를 다시 본다면 밉기는커녕 사랑스럽기만 할 것 같다.





Q. 평소 화려하고 도회적인, 또 강한 악녀 이미지로 꼽힌다. 본인의 생각은? 
▲ 처음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들이 화면에 나오는 모습만 보고 생각하셨던 거니까. 나는 그것 말고도 다른 느낌을 많이 보여주고 싶고 보여드릴 수 있는데 왜 그렇게만 생각하시는지 속상하기도 하고 조금은 억울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도 한두 살 먹다 보니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그게 스스로를 괴롭힌 부분이 있어서. 그런데 이젠 좋은 쪽으로 생각이 바뀐다. 지금은 못 보신 부분을 내가 아직 갖고 있고, 그만큼 보여드릴 게 많다고 여기고 있다. 

Q.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짧은 기간에 마음을 바꿔 먹은 건 아니다. 계속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봤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는 있었다. 그런데 한 번에 바뀌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나 자신을 괴롭히기보다는 조금 다른 쪽으로도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Q. 요즘 말로 ‘센캐’, 그러니까 센 캐릭터를 주로 했다. 전작 ‘오 마이 비너스’에서도 그렇고, 독하고 못되게 구는 연기를 하고 나면 힘들진 않나. 
▲ 힘들다. 이유 없이 나를 괴롭혀야 하는 부분도 많다. 그런데 그 역할들이 정말 센 캐릭터일까. 누군가를 괴롭히기는 하지만 불쌍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맨날 착하게 당하는 것보단 훨씬 현실적인 캐릭터라고도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연기하기가 편하다.









Q 악역도 있지만, 예를 들면 영화 ‘베테랑’에서 맡은 역할은 제정신으론 못할 것 같다. 연기자로서 감정 소모가 무척 심했을 것 같은데. 
▲ 그런데 좋아한다. 예전부터 생각해온 것이, 많은 배우들이 한 가지 캐릭터를 만들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난 그게 싫다. 오히려 좀 더 힘들고, 변태인가?(웃음) 여하튼 힘들게 뭔가 끝났을 때 ‘아, 내가 하나를 잘 끝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안 해온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 많이 느끼고, 지금도 그런 캐릭터들을 좋아하고 못 해본 것도 많이 있으니까 기대된다.







Q 화려한 이미지를 가진 데는 피부나 몸매가 큰 몫을 한다. 남다른 비결이 있다면? 
▲ 요즘 운동을 많이 한다. 시간 있을 때는 헬스장에 간다. 고백하면 원래 운동을 엄청 싫어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해야 되니까 하는데, 집에서 헬스장까지 20분 정도 거리를 걸어간다. 생각도 많이 할 수 있고 좋다. 

Q 촬영이 없어 쉴 때의 일상이 궁금하다. 
▲ 워낙 혼자서도 잘 논다. 집에서 잘 안 나오는 편이다. 어머니가 ‘네가 하숙생이냐’고 한 소리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에 있다 보면 뭔가 할 일이 너무 많다. 시간도 잘 간다. 종종 심야영화를 보러 잠깐 나갔다 오기도 하고. 






Q ‘여교사’란 영화를 찍었다. 영화 얘기를 좀 해본다면. 
 장르를 뭐라고 명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궁금해서 감독님께도 여쭤봤는데 ‘모르겠다’ 하시더라. 한국에서는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느낌 아닌가 싶다. 보기에 따라 생소할 수도 있다. 복합적인 부분이 많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완전 달라진다. 내가 맡은 캐릭터는 ‘혜영’이라는 역할인데, 순수하고 맑고 귀여운 한 사람이 너무 순수해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역할이다. 자신은 호의를 베푼다고 순수한 의도로 하는데 남에게는 상처가 되는 거다. 김하늘 선배님과 한 학교 교사로 나온다. 

Q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도 촬영 중인데. 
▲ 지금 한창 촬영하고 있다. 얼마 전엔 해외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역할이어서 기분 좋게 찍고 있다. 처음이다.(웃음) 늘 누굴 짝사랑하거나 뺏으려는 입장이었는데, 행복하다.





Q 늘 쉼 없이 달리는 거 같다. 바쁜 가운데 올해 꼭 하나 이루고 싶은 일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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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이라고 하긴 그렇고… 사실 얼마 전에 생각한 것이 하나 있다. 목표라고 해야 할까. 이제껏 어디 가서 날 소개할 때 “배우 유인영입니다”라고 말해본 적이 없었다. 배우라는 말이 아직도 잘 안 나온다. 내가 생각하는 배우란, 정말 크고 넓고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다. 그런 면에선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냥 “연기자 유인영입니다”라고 소개하고 만다. 부끄러운 거다. 예전엔 막연하게 ‘언젠가 나도 잘하면 배우 소리를 듣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이젠 나도 ‘배우’로 당당하게 불리고 싶다. 누군가 날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를 소개할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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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