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주의)
"조마조마했네. 엄마 고집부리실까 봐.
항상 공항까지 오시거든요."
기분이 어때요?
"무사히 탈출한 기분요?
음, 아직요. 비행기 출발할 때까진 안심 안 돼요."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 먼저 판을 깬 거예요?
왜요?"
"그 사람이,
날 그런 눈빛으로 봤어요."
"첫날 오빠 만났을 때하고 똑같은 눈빛으로,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쓸쓸한 거."
"결혼은 조건 맞춰서 하고,
몰래 연애만 하고 끝내려고 했었는데.."
뜻대로 안 됐군요.
"오빠한테 여자 없었으면 끝냈을지도 몰라요."
그럴 생각이었으면 날 시험할 필요도 없었겠지.
핑계가 필요했던 거 아닌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오빠 눈빛 보면서
자꾸 그 사람이 생각났거든요."
"저, 한국 무사히 떠나서 시카고로 가게만 해줘요."
시카고 가서 바로 떠난다고 했죠? 어디로 가요?
"그걸 왜 알려줘요, 비밀인데."
앞으로 부모님 도움 못 받을 텐데 내 도움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그 사람을 뭘로 보고 이래요?
서로 파혼 도운 걸로 쌤쌤이에요, 오빠하고 난."
작정하면 용감해지는 거 누구하고 닮았네.
"서지안씨요?"
"내가 좀 휘저어놨는데.
결과가 궁금하네요."
"사무실로 등이 올 거예요.
내가 주는 선물이에요."
"어쩜, 가는 줄 아는 사람 같네."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음 흔들리지 마요.
"공항에 나와 있는다고 했어요.
걱정말고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