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주의)
"마음이 변했는지 묻는 거라면,
나 그렇게 갈대 아니에요."
"결정할 때까지는 갈대였구나.
살짝 재밌기도 해요. 기대도 되고."
재밌다고? 기대는 또 무슨 말입니까?
"공항 갈 때 에스코트해주실 거죠?
그때 답 듣게 될 거예요."
"저하고 제 약혼자요."
본인 약혼 선물이에요?
"네. 저하고 그 사람 거, 두 개 만들어 주시면 돼요."
"지안씨는, 사랑하는 사람한테 어떤 등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네?
"이걸로 해줘요.
이걸로 두 개."
이게 진짜 마음에 드세요?
"아주요."
"여기 기둥에 이름 새겨줄 수 있죠?"
"장, 소, 라.
최도경. 최도경이요."
쓸데없는 짓을 하셨네요.
"왜 쓸데없는 짓이라고 해요?"
최도경씨하고 아무 사이 아니니까.
"무슨 사이냐고 물은 적 없는데, 난."
말만 말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때론 행동이 더 많은 말을 하죠.
"그걸 왜 찢어요? 난 주문했는데."
"지금 기분이 어때요?
초라해요? 초라하죠."
장소라씨는 지금 기분이 어때요?
"재밌어요."
초라하죠.
"내가 왜요?"
내가 이 정도 여자 때문에 맘 끓여야 하나,
나보다 이쁜 것도 아니고 나보다 부자도 아니고,
나보다 집안도 별로고 하나도 나은 게 없는 이 여자가
궁금해서, 안 보고는 못 배겨서,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쇼까지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러게요.
난 왜 서지안씨를 보러 왔을까?
안 봐도 최도경은 내 사람일 텐데.
결국 소유하는게 이기는거거든요, 자본주의사회에선."
소유하세요. 저 보셨으면 마음대로 소유하셔도 되겠네요.
"마음은 소유할 수 없잖아요."
"알면서 그래요?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없는 게 마음이잖아요."
등은 언제까지 만들어 드릴까요?
"만들어주게요?"
당연히 만들어 드려야죠. 약혼이 언제예요?
"했어요, 벌써."
"..라고 하면 이렇게 펜을 떨어뜨리게 되는군요."
"안심하고 소유해도 된다고 하신 말에
책임져주시면 안 돼요?"
"최도경씨 사무실로 직접 배달해주시면 제 마음이 참 편하겠는데.
난 안심되고 지안씨는 당당하고, 최도경씨는 뭔갈 느낄 테고. 셋 다 좋은 일 아닌가?"
"잘 부탁해요."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